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KP.3'(케이피쓰리) 검출률이 높아지며 재유행하는 가운데 휴가기간이 끝나는 이번달 셋째 주 환자 수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13일 서울시내 한 빌딩 입구에 코로나19재유행 예방수칙 안내문이 붙여있다./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방학·휴가철이 끝나는 이달 하순,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 변이가 지난해 유행했던 것과 비슷하게 전파력은 강하고 치명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는 여전히 중증 위험이 있어 이들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집 지역에서는 각자 방역수칙을 스스로 지키고, 정부 차원에서 자가 진단 키트·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 문제 없어도 고위험군에 퍼지면 위험

지금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자가 격리 의무가 없다. 지난 5월 1일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 단계를 가장 낮은 등급인 ‘관심’으로 낮춘 결과다. 현재는 확진자에게 주요 증상이 사라진 뒤 24시간 지날 때까지 알아서 격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예전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점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6개월 마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고, 이전 감염이나 백신으로 얻은 기존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난 겨울에 이어 올 여름에도 코로나19가 재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봄, 가을에는 사람들이 외부활동도 많이 하고 실내 환기도 많이 하지만, 여름, 겨울은 실내에서 밀집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요인들 때문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온과 습도가 지금보다 떨어지는 겨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하는 양상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인 KP.3 변이다. 이 변이는 올 상반기에 유행했던 JN.1 에서 유래했다. JN.1 변이보다 바이러스 표면 돌기에 추가적으로 변이가 3개 더 있다. 그만큼 면역 회피력, 즉 전파력이 강한 대신 치명률은 낮다. 증상도 기침과 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에게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초중고에서 먼저 유행이 시작해 아이에서 어른, 어른에서 고위험군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패턴이었지만, 최근에는 20~49세 젊은 층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확진자들이 예전만큼 코로나19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전염병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이들에게 감염된 고위험군은 폐렴이나 기저질환 악화로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여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입원 환자도 급증했다. 7월 첫째 주 91명에서 8월 첫째 주 861명으로 한 달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비치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연합뉴스

◇의료 공백으로 유사시 대응 어려울 수도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적응한 만큼 예전처럼 엄격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방역수칙을 지키게 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치명률이 낮으므로 폐쇄적 방역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최근 의정 갈등이 초래한 의료 공백 탓에 중증 환자가 급증하면 의료 현장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진홍 교수는 “대유행 때와 비교해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명률이 특별히 더 큰 것은 아니므로 예전처럼 폐쇄적으로 방역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유행 때와는 다르게 현재 의정 갈등으로 병원 시스템이 원활하기 돌아가지 않는 데다, 치료제가 품절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으면 된다. 하지만 고위험군은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같은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지 않으면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폐렴,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번질 수 있다.

김우주 교수도 “대유행 상황에서는 그래도 치료제가 있었지만 지난주 중순부터는 구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와 먹는 치료제가 시장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또는 확진자가 자가 격리를 하고 일정 기간 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젊고 건강하더라도 다른 고위험군에게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감염 후 약 5일 동안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는 스스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사람들이 많은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특히 고위험군이 많은 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가능하면 마스크를 쓰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13일 현재 자가 진단 키트가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며, 먹는 치료제는 이달 안에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은 아직까지 KP.3 변이를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 없다. 다만 JN.1 변이와 유전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해당 백신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허가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10월부터 65세 이상 고위험군 위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